재난 심리학

“솔라스타지아, 당신의 마음은 안전한가요?”

daon-eju 2025. 7. 17. 14:11

솔라스타지아(Solastalgia)란 무엇인가?

‘솔라스타지아(Solastalgia)’는 ‘집에 있으면서도 집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위안(Solace)’과 ‘향수병(Nostalgia)’의 합성어로, 호주의 철학자 글렌 앨브레히트(Glenn Albrecht)가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는 주로 기후 변화, 환경 재난, 도시화 등으로 인해 익숙한 환경이 파괴될 때 발생하는 정서적 불안과 고통을 지칭합니다.

과거에는 자연 환경의 변화가 장기적이고 점진적이었다면, 오늘날은 급격하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사람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큽니다. 솔라스타지아는 단순한 이주나 손실로 인한 슬픔이 아니라, 여전히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장소가 낯설게 느껴질 때 발생하는 감정입니다.

 

솔라스타지아, 당신의 마음은 안전한가요

 

 

왜 현대에 와서 주목받고 있는가?

기후 위기와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증가하면서, 단순한 물리적 피해 외에도 심리적 고통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산불, 홍수, 산사태 이후 주민들이 느끼는 우울, 불안, 정체성 상실 등이 ‘솔라스타지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솔라스타지아는 PTSD와는 달리 명확한 트라우마나 충격적인 사건이 없어도 느껴질 수 있어, 진단과 치료가 더욱 어렵습니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이를 ‘은밀한 정서적 고통’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솔라스타지아

📌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아마존의 원주민 공동체는 벌목과 화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전히 고향에 있지만, 주변 환경의 극적인 변화로 인해 정서적 안정감을 잃고 불안과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 호주의 산불 피해

2019~2020년 호주 산불 당시 수천 명의 주민들이 재난 지역에서 벗어났지만, 일부 주민은 재건된 마을에서 낯섦을 느끼며 집을 그리워하는 감정에 시달렸습니다. 이는 솔라스타지아의 전형적인 사례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 한국의 도시 재개발

서울 및 대도시의 대규모 재개발로 인해 오랜 이웃과 풍경이 사라지고, 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이탈감을 느끼는 현상도 솔라스타지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노년층에게 더 심각하게 작용합니다.

 

재난 심리학에서의 솔라스타지아의 의의

재난 심리학은 솔라스타지아를 단순한 정서 반응이 아닌, ‘장소 상실로 인한 정체성 위기’로 접근합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단지 물리적 거처가 아니라, 정체성, 기억,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입니다.

솔라스타지아는 특정 장소와의 유대가 끊기면서 생기는 깊은 상실감이며, 이는 사회적 단절, 건강 문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장소애착(place attachment)’ 이론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개념은 특히 기후 위기 시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재난 피해자 지원 정책 수립 시 고려되어야 할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솔라스타지아 대응 방안

✅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지역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과거를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 정서적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마을 축제, 공동 텃밭, 기억 나무 심기 같은 활동이 대표적입니다.

✅ 자연 회복 프로젝트 참여

환경 보호 활동(예: 나무 심기, 쓰레기 수거, 도시 정원 조성 등)에 참여하면서 환경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질적인 환경 회복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에도 기여합니다.

✅ 환경 문해력 교육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의 원인 및 결과를 정확히 이해하면, 변화에 대한 수동적 수용보다 능동적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이는 개인의 통제감을 높여 심리적 안정을 도모합니다.

 

심리적 치유를 위한 실천적 제안

  • 자기표현 활동: 글쓰기, 그림, 음악 등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면 정서적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 전문 상담 연결: 솔라스타지아는 현재 정식 질병 분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불안·우울감이 동반된다면 심리상담이 권장됩니다.
  • 새로운 장소와의 유대 형성: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고, 작은 변화라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치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 환경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솔라스타지아는 단순히 자연이 변했다는 슬픔을 넘어서, ‘삶의 터전’이라는 인간 본연의 정체성과 깊이 연관된 개념입니다. 재난 심리학은 이를 개인의 정신 건강 문제로만 보지 않고, 공동체와 공간의 회복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환경’과 ‘마음’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 솔라스타지아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개념 소개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창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