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아니, 너무 빨랐다. 재난은 물리적 사건이지만, 그것은 곧 사람의 인지와 감정, 사고에 깊은 균열을 남긴다. 특히 재난을 직접 겪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한다. “그 순간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혹은 “모든 게 순식간이었어요.” 실제로 같은 상황을 겪은 이들이 전혀 다른 시간 체감을 하는 현상이 있다. 심지어 동일한 사람도 사고 당시와 이후의 기억을 회상할 때 시간의 흐름이 일관되지 않음을 경험한다.이는 단순한 기억 오류가 아니다. ‘비선형 시간감각 상실(Nonlinear Temporal Disruption)’은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겪는 심리적 시간 왜곡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늘 시간은 일정하게 흐른다고 믿는다. 그러나 재난 앞에서 시간은 사람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