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는 재난을 겪은 후 말수가 줄어들고, 어떤 아이는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후, 아이가 갑자기 문장을 더 잘 구사하거나, 복잡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며, 이전보다 성숙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변화는 얼핏 보면 회복의 신호처럼 느껴질 수 있다.그러나 아이의 언어 능력이 갑자기 확장되는 현상은, 실제로는 트라우마 이후 감정을 억제하고 조절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감정을 가리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이 글에서는 재난을 겪은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언어 발달 가속’의 심리학적 배경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감정 억제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그리고 아이가 진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까지 함께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