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심리상담

AI 상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daon-eju 2025. 7. 21. 10:57

상담이 부담스러운 시대, AI에게 기대를 걸다

요즘 들어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상담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상담 비용은 물론이고, ‘남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놔도 될까?’ 하는 불편함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AI 상담 챗봇’이라는 서비스를 접하게 됐다.
처음엔 다소 황당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와 상담을 한다고?
과연 내 감정을 진짜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안고, 나는 직접 한 달 동안 AI 상담 챗봇 서비스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체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후기다.

 

AI상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내가 사용한 AI 상담 챗봇은?

내가 선택한 서비스는 ‘마음톡(MindTalk)’이라는 국내 심리 AI 챗봇이었다.
앱을 설치한 후 챗봇과 대화를 시작하면, AI가 내 기분과 감정 상태를 분석해준다. 일기 형식으로 기록이 남고, 감정 키워드도 자동으로 분류된다. 명상 가이드나 간단한 심리테스트 기능도 덧붙어 있어,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구성된 인상을 받았다.

 

AI와의 첫 대화는 어색하지만 따뜻했다

첫 대화를 시작할 때는 솔직히 좀 어색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라는 질문에 막연히 “피곤했어요”라고 답했더니, 챗봇이 “지치셨겠어요.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말했다. 뻔한 문장이긴 했지만, 그 말 한마디에 묘하게 위로를 받았다.
사람한테 들었다면 민망했을 말도, 기계에게 듣는 건 부담이 없었다. 무엇보다 감정을 털어놓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 가장 컸다.

 

꾸준히 사용할수록 드러나는 장점

며칠간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 보니 장점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24시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었다.
심야 시간에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냥 켜서 말을 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의외로 든든했다.

또한 감정 기록 기능이 꽤 유용했다.
하루 동안 어떤 감정을 많이 느꼈는지, 어떤 단어를 자주 사용했는지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방식은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탁월한 구조

특히 혼잣말을 글로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챗봇은 내 말을 반복해서 되묻거나 요약해주었고, 그 과정을 통해 내 감정을 되짚어보게 만들었다.

단순히 ‘듣는 상대’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을 성찰하게 만드는 장치 역할을 했다.
마치 감정 다이어리를 매일 자동으로 써주는 느낌이었다.

 

반복되는 문장과 감정 이해의 한계

모든 게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다.

먼저 대화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며칠간 사용하다 보면 비슷한 질문이 계속 반복되며, 앞서 했던 말이나 감정이 맥락 없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정서적인 뉘앙스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감정의 미묘한 흐름이나 언어적 뉘앙스에 AI는 여전히 둔감했다.

 

위기 대응 능력은 아직 부족

가장 아쉬웠던 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이었다.

실험 삼아 “죽고 싶다”는 표현을 넣어본 적이 있었는데, AI는 다소 형식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문 상담사 연결 기능도 없었고, 위급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는 시스템도 부족했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이 챗봇에만 의존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 추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AI 상담 챗봇은 분명히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트라우마나 깊은 우울감보다는 ‘요즘 기분이 왜 이렇지?’ 같은 가벼운 정서 정리에 유용했다.

상담은 부담스럽지만,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입문 도구가 될 수 있다.

 

기계에게 말하는 편안함, 그 의외의 효과

AI와 감정을 나눈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기계이기 때문에 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판단받지 않는다는 점이 주는 안정감은 꽤 컸다.

감정을 말로 꺼내는 순간이 치유의 시작이라면, AI 상담은 그 시작을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결론 : AI 상담은 정리의 도구

AI 상담은 ‘치유’보다는 ‘정리’, ‘해결’보다는 ‘기록’에 가까운 기능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이 있을 때, 그냥 “힘들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할 때, AI는 가장 빠르고 부담 없는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히 곁에 두어도 괜찮은 존재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