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앞에서 벌어진 비극, 그 후
총성과 함께 무너진 일상
2025년 7월 인천 송도. 평범했던 주거지 한복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이 참혹한 장면을 한 가정의 어린 자녀들이 바로 눈앞에서 목격했다는 사실입니다.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은 이 아이들에게 세상은 안전하지 않은 곳으로 변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사건 요약이 아닌, 그 속에서 '아빠의 죽음을 지켜본 아이들'의 내면을 조명하는 아동 심리학적 관찰입니다. 아이들은 그저 목격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사랑하는 존재를 가장 충격적인 방식으로 잃은 ‘피해자’입니다.
총기를 목격한 아이들, 무엇을 느낄까?
아이들의 마음에 각인된 ‘공포의 순간’
아이들에게 ‘죽음’은 막연한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쓰러지고, 피가 흐르며, 사람들이 소리치는 그 순간, 그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이건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의 초기 징후
- 이야기하지 않으려 함: 아이는 사건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하고, 평소보다 말수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 반복 행동: 인형놀이, 그림 등에서 반복적으로 ‘총’, ‘죽음’, ‘아빠의 이별’을 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 과도한 놀람 반응: 초인종 소리, TV 속 효과음 등에도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립니다.
가족을 향한 지나친 집착
심리적 외상은 애착의 재정립을 불러옵니다.
아빠가 사라진 이후, 남은 엄마에게 아이는 과도하게 의존하게 됩니다.
함께 자지 않으면 잠을 못 자고 엄마가 화장실만 가도 불안해하며 혼자 있는 것을 끔찍이 두려워합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연령에 따라 다릅니다
- 0~3세 유아기: 언어로 표현이 어려워서, 행동과 신체 반응으로 표현합니다. (예: 야뇨증, 자해 행동, 수면장애)
- 4~7세 유아 후반: 상상과 현실이 섞이면서 “아빠가 다시 올 수 있어요?”처럼 현실 부정 반응을 보입니다.
- 8세 이상: 감정 억제가 시작되며, 스스로 감정을 숨기려는 시도가 많아져 주변의 세심한 관찰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심리적 응급처치, 지금이 가장 중요합니다
외상 후 회복은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증상은 만성화되며, 우울증, 공황장애, 반사회적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초기 개입이 중요한 이유
- 아이의 뇌는 발달 중이므로 충격에 대한 기억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 있음
- 사건을 합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책임’으로 해석하는 경우 많음
- 이후의 사회성 발달, 학습 능력, 대인관계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침
부모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확신 주기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심지어 아빠의 죽음조차 “내가 말 안 들어서 그런 걸까?”라고 연결짓기도 합니다. 단호하고 반복적으로, 아이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
아이가 울거나 분노하거나, 말없이 침묵할 때 어른들은 조급해집니다.
“괜찮아질 거야”, “잊어버리자”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감정의 부정일 수 있습니다.
그 아이의 감정은 있는 그대로 유효하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두려워하지 않기
심리상담이나 치료는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처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권리’입니다.
지역 아동정신건강센터, 심리상담소, 학교상담실 등에서 초기 상담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심리적 트라우마’에 얼마나 무방비한지를 보여줬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안전망이 아니라, 정서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할 시기입니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대응
- 트라우마를 경험한 아동에 대한 심리지원 예산 편성
- 학교 내 트라우마 인식 교육 및 조기 발굴 시스템 마련
- 사건 이후 지속적 모니터링을 위한 아동 대상 심리평가 제도화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보다 필요한 것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민감합니다.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고, 반대로 단순한 손잡음 하나에 위로받기도 합니다.
상담 중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죽은 날, 나도 함께 죽은 것 같았어.”
이 한마디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아이의 고통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있는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잊지 못합니다.
하지만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는 건 아닐지라도, ‘함께 견뎌준 기억’은 아이의 삶에 단단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아빠를 잃은 그날, 아이의 마음에도 총알이 박혔습니다.
이제, 그 총상을 치유해 줄 누군가는 바로 ‘지금 옆에 있는 어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