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심리학

지진·홍수·화재 후 아이가 불안해할 때

daon-eju 2025. 6. 27. 20:19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처법

최근 뉴스에서는 잦은 지진과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화재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재난 상황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했을 때, 어른들도 당황스럽고 무섭지만, 아이에게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포로 남게 됩니다. 아이는 어른보다 정보가 부족하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도 아직 미숙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보기엔 멀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의 마음은 재난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진, 홍수, 화재 등 재난 이후에 아이가 보일 수 있는 심리 반응과 그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아이의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지진,홍수,화재 후 아이가 불안해할 때

 

아이는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른은 상황을 '이성적으로' 해석하지만, 아이는 상황을 '감정적으로' 기억합니다.
지진의 흔들림, 화재의 연기, 사이렌 소리, 급하게 대피하는 부모의 표정…
이 모든 것이 공포스러운 장면으로 강하게 저장되죠.

특히 유아기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사건의 원인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이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재난 후 반응:

  • 밤에 혼자 자지 않으려 한다
  • 쉽게 울거나 짜증을 낸다
  • 자주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말한다
  • 재난 상황을 반복해서 말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한다
  • 특정 소리나 뉴스에 과도하게 놀란다
  • 엄마, 아빠에게 계속 붙어 있으려 한다

이러한 반응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며,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하지만 부모의 대처 방식에 따라 회복 속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5가지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무서워하지 마", "별일 아니야" 같은 말은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게 만들어 오히려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가 "무서웠어", "다시 일어나면 어쩌지?"라고 말할 때는 “그랬구나, 정말 무서웠겠네”라고 먼저 공감해주세요.

→ 감정을 인정받는 순간, 아이의 불안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사건을 사실에 기반해 설명해주기

아이의 상상은 실제보다 훨씬 더 무섭고 혼란스럽습니다.
따라서 나이에 맞게 사건을 짧고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 “이번 지진은 땅속에서 흔들림이 일어난 거야. 지금은 다 멈췄고, 우리는 안전한 집에 있어.”
      “불은 무서운 일이지만, 아빠가 우리를 바로 데리고 나와서 모두 무사했어.”

→ 설명을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집니다.

일상 루틴을 회복하기

아이는 일상 속에서 안전함을 느낍니다.
재난 이후 불안이 계속될수록,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놀이 시간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가능한 한 빨리 평소와 비슷한 생활 패턴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세요.
단, 아이가 무서워할 때는 억지로 떼어놓지 말고 조금 더 함께 있어주기도 필요합니다.

→ 일상 복귀는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입니다.

감정 표현을 도와주는 놀이 활용

아이는 말보다 행동과 놀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합니다.
블록을 쌓다가 무너뜨리거나, 불을 그리는 그림을 반복하거나, 인형극에서 “불이 나서 도망쳐!” 같은 상황을 만드는 등
재난 상황을 재연하는 놀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말리기보다, 함께 참여하거나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 놀이를 통해 아이는 사건을 ‘이해하고, 재구성하고, 극복’하려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의 감정 관리가 먼저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보다 감정 상태를 먼저 느낍니다.
부모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그 감정을 고스란히 흡수합니다.

재난 직후에는 부모도 힘들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에게도 말해주세요.

→ “지금은 우리 모두 힘들 수 있어. 하지만 조금씩 괜찮아질 거야.”
→ 부모가 안정감을 갖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심리적 보호막이 됩니다.

 

아이의 불안이 계속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몇 주 이내에 점차 회복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음과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 수면 장애, 반복적 악몽
  • 불안 반응이 심해지거나, 특정 상황을 지나치게 피함
  • 먹지 않거나 심하게 소극적/공격적으로 변함
  • 언어 / 행동 퇴행 (예: 오줌 싸기, 엄마한테 지나치게 매달리기)
  • "다시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 같은 표현을 자주 함

이런 경우, 아동심리상담센터나 지역 보건소의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보세요.
조기 개입은 회복을 빠르게 도와줍니다.

 

부모는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재난 상황은 누구에게나 혼란스럽고 두려운 일입니다.
부모도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설명이나 대단한 대처가 아닙니다.
그저 옆에 있어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괜찮아, 네가 그렇게 느끼는 건 너무 당연한 거야”라고 말해주는 그 순간이
아이의 마음에 깊은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따뜻한 눈빛과 품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